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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는 왜 이렇게 무서울까? 치과위생사가 말하는 진짜 이유
치과는 왜 이렇게 무서울까? 치과위생사가 말하는 진짜 이유

 

 

치과는 왜 이렇게 무서울까? 치과위생사가 말하는 진짜 이유

저는 7년 차 치과위생사입니다. 매일 치과에서 일하고, 매일 같은 의자와 같은 기구를 보았습니다. 그런데도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왜 사람들은 치과를 이렇게 무서워할까?”

사실 처음엔 잘 몰랐습니다. 저에게는 일상인 공간이니까요. 하지만 환자분들 표정을 오래 보다 보니,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더라고요. 이제 그 이유에 대해서 하나씩 풀어보고자 합니다.

1. 치과 특유의 소리, 이미 긴장을 만듭니다

치과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있습니다. “저 그 소리 너무 무서워요…”

위잉— 하는 핸드피스 소리. 흡입기 소리. 금속 기구가 부딪히는 소리.

저희에게는 익숙한 생활 소음이지만, 환자분들에겐 경고음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릴 적 치료 중 아팠던 경험이 있다면, 그 소리 하나만으로도 심장이 먼저 반응합니다. 

2. ‘보이지 않는 치료’라는 불안감

치과 치료는 내가 직접 볼 수 없습니다. 입을 벌리고 누워 있는 상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죠. 더군다나 치과 체어에 누워서 얼굴에 면같은 것을 덮어놓았으니 더더욱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더라고요. 제가 환자라도 불안해할 것 같았습니다.

몸의 다른 치료는 내가 상황을 보거나 설명을 들으며 따라갈 수 있는데, 치과는 구조적으로 수동적인 자세가 됩니다. 그게 생각보다 큰 불안으로 이어져요. 그래서 치과위생사들은 어떤 치료가 들어가고 어떠한 술식이 들어가기 전에 미리 환자분에게 이야기를 해드립니다. 어떤 걸 할지 미리 예고를 드려야 불안감이 조금 덜해지니까요. 그렇게 함으로써 환자분들은 미리 마음을 잡고 치료에 임합니다. 더불어 긴장하는 마음도 덜해지고요. 

3. 아팠던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제가 일했던 치과는 소아치료도 했었습니다. 한 아이가 울면서 제 손을 꽉 잡은 적이 있어요. 치료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손을 놓지 못하더라고요.

그 아이는 사실 그날 크게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다른 병원에서 무서웠던 경험이 있었다고, 보호자분이 말씀해 주셨어요. 아마 다른 병원에서의 치료가 트라우마나 좋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았던 게 분명할 겁니다. 

이처럼 치과 공포는 현재의 통증보다 과거의 기억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직접 느낀 순간들

한 30대 남성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겉보기엔 전혀 긴장하지 않은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마취 직전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더라고요.

제가 “많이 긴장되시죠?”라고 묻자,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사실 어릴 때 치과에서 너무 혼났어요.”

그 말이 참 오래 남았습니다. 통증보다, 혼났던 기억이 더 무서웠던 거죠. 

성인 환자분들도 아이들과 다를 것 없이 치과치료를 무서워하고 치과 자체를 오는 것을 싫어하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진짜로요.

치과가 무서운 건, 약해서가 아닙니다

가끔 이런 말을 듣습니다. “어른이 돼서도 치과 무서워하면 창피하죠?”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치과는 본능적으로 긴장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날카로운 기구, 밝은 조명, 누워 있는 자세. 몸이 경계 모드로 들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겁니다.

치과위생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설명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지금 무슨 과정을 하는지, 소리가 왜 나는지, 얼마나 걸리는지.

작은 설명 하나가 긴장을 꽤 줄여줍니다. “지금 물 나가는 소리예요.” “이건 바람이에요.” 이 말 한마디에 어깨 힘이 풀리는 걸 많이 봤습니다. 

그리고 제일 효과 좋았던 방법은 아이든 어른이든 긴장하는 한 손을 꼭 잡아드리는 것입니다. 이만한 것이 없더라고요.

치료 중 긴장한 환자분 손 잡아드리기
치료 중 긴장한 환자분 손 잡아드리기

 

치과 공포를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

제가 환자분들께 자주 드리는 조언이 있습니다.

  • 아프기 전에 오기
  • 두려움을 솔직하게 말하기
  • 정기검진을 습관화하기

통증이 심해진 뒤 오면, 치료 강도가 올라갑니다. 그 경험이 다시 공포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가벼운 스케일링부터 시작하면, 치과는 생각보다 괜찮은 공간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저도 사실 치과가 무서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도 어릴 때 치과가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이 직업을 선택했을 때 주변에서 놀라기도 했어요.

하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와 보니 알게 됐습니다. 치과는 무서운 공간이라기보다, 설명이 부족했던 공간이었구나 하고요.

지금도 환자분이 의자에 앉아 긴장한 표정을 지으면, 저는 먼저 눈을 마주치려고 합니다. “많이 긴장되시죠?” 그 한마디를 건네기 위해서요.

치과가 완전히 무섭지 않게 만들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덜 무섭게는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역할 중 하나가,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마음 상태에서 시작하는 치과치료는 불안정한 마음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과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늘 제 몫을 다 하길 오늘도 노력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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