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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로 일하면서 처음 울었던 날
치과위생사로 일하면서 처음 울었던 날

 

치과위생사로 일하면서 처음 울었던 날 

안녕하세요. 7년 차 치과위생사입니다. 이 글을 쓰고 싶었는데 어떻게 정리를 해서 써야 하나 하고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치과위생사로 일한 지 꽤 됐지만,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또 눈물이 날 것 같거든요ㅠㅠ... 오늘은 제가 처음으로 진료실에서 울었던 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신입 치과위생사의 첫 겨울 

 

입사한 지 얼마 안됐을 때였어요. 유니폼도 제 마음도 아직은 전혀 익숙해지지 않았던 시기였죠. 스케일링 속도는 느렸고, 체어 세팅도 가끔 헷갈렸고, 원장님 말씀을 한 번에 못 알아들을 때도 있었어요. 그냥 다 미숙하고 숙지해야 할 것은 많고 그럴 시기였죠.

퇴근하고 집에 가면 늘 복기했어요. “아까 왜 그걸 놓쳤지?” “왜 그렇게 손이 떨렸지?” 신입 때는 하루가 끝나도 마음이 안 끝나요. 

오죽했으면 꿈에서도 진료장면이 나왔었다니까요..

제 첫직장은 늘 예약이 빽빽했어요. 진료실은 빈 체어가 없이 계속 돌아가고, 환자분들 출입은 쉴 틈이 없었죠.

 

그 환자분을 만났던 날 – 잇몸 출혈보다 더 무거웠던 말 한마디

 

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성 환자분이셨어요. 스케일링 예약으로 오셨는데, 의자에 앉는 순간부터 표정이 많이 굳어 있었어요.

“제가 잇몸이 너무 안 좋아서요… 아플까 봐 걱정돼요.”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철렁했어요. '아, 내 부족한 실력 때문에 이 환자분의 불안함이 더 커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먼저 머리에 스치더라고요.

환자분의 잇몸은 실제로 많이 부어 있었고, 치석도 꽤 있었어요. 신입이었던 저는 머릿속이 복잡해졌죠. ‘출혈 많으면 어떡하지?’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을까?’

막상 시작하니까 생각보다 출혈이 심했어요. 환자분은 계속 “아휴, 죄송해요. 오랜만에 치과 와서 그런지 입 안이 안 깨끗하죠?”라고 하셨어요. 자꾸 미안하다고 ㅠㅠ..

그 말이 이상하게 계속 귀에 남았어요.

 

진료실에서 참았던 눈물 – 결국 터져버린 감정

 

시술을 마치고 설명을 드리는데, 환자분이 그러셨어요.

“사실 치과에 오는 게 너무 싫어요. 이 기계소리도 싫고 스케일링받는 아픔도 싫고.. 그래서 집에 가면 몸살까지 난다니까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꼼꼼히 스케일링해 주시고 생각보다 안 아프게 해 주셔서 기분 좋게 집에 갑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아무 말도 못 했어요. 너무 감동받았거든요 사실..

환자분은 웃으면서 말씀하셨는데, 눈가가 촉촉했어요. 저는 최대한 담담하게 관리 방법을 설명했어요. 부드러운 칫솔 쓰시라고, 치실은 이렇게 쓰시라고.

진료가 끝나고 체어를 정리하는데 손이 계속 떨렸어요.

그리고 점심시간에 직원실에 들어가서, 괜히 물 마시는 척하다가 결국 조금 울어버렸어요.

 

치과 진료실의 모습
치과 진료실의 모습

 

왜 울었을까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처음엔 제가 부족하다 생각했어요. 아직은 신입 치과위생사였으니까요. 제 실력도 제 상담능력도 아직은 능숙하지 못하니까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저는 그날, 진료가 치과위생사의 업무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내 진심을 다해 환자분을 마주한다면 진료의 단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환자분의 전반적인 진료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어요. 아, 이 직업은 생각보다 감정 소모가 큰 일이구나.

 

그날 이후 달라진 것

 

그날 이후로 저는 설명할 때 조금 달라졌어요.

“왜 이렇게 관리 안 하셨어요?” 대신 “그동안 많이 바쁘셨죠?”라고 묻게 됐어요.

“이렇게 하면 안 돼요” 대신 “이 방법부터 차근히 시작해 볼게요”라고 말하게 됐고요.

완벽한 술식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처받지 않게 차분히 말하는 것도 기술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신입 치과위생사 때 제 첫 치과는 정말 늘 바빴어요.

몸은 솔직히 힘들어요. 어깨는 늘 뻐근하고, 다리는 저녁이면 퉁퉁 붓죠. 손목도 시큰하고요.

그래도 가끔 환자분이 “오늘은 덜 무서웠어요.” “설명 잘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말해주면, 이상하게 그날은 덜 힘들어요.

제가 처음 울었던 그날은, 어쩌면 치과위생사로서 진짜 시작한 날이었는지도 몰라요.

 

치과위생사로 일하며 배운 가장 큰 것

 

우리는 매일 입 안을 들여다보지만, 사실은 그 사람의 하루와 사정을 조금씩 마주해요.

누군가는 육아 때문에, 누군가는 직장 스트레스 때문에, 누군가는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미루죠.

그걸 알게 된 이후로 저는 ‘잘하는 위생사’보다 ‘편한 위생사’가 되고 싶어 졌어요.

아직도 가끔은 힘들어요.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날도 많고요.

하지만 그날 울었던 기억 덕분에, 저는 환자를 조금 더 따뜻하게 보게 됐어요.

치과위생사로 일하면서 처음 울었던 날. 그날은 부끄러운 날이 아니라, 제가 이 직업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날이었어요.

남들보다 늦게 치과위생사가 되었지만 누구보다 진짜 치과위생사가 되려고 노력 많이 했었네요. 블로그 덕분에 제 신입시절 때의 기록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아직도 그날의 감동은 잊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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